축산농, 중복규제 피해 걱정
정부조직 개편안 “생산은 농정부처…위생·안전업무는 식약처”
쇠고기 이력제 등 소비자 신뢰에도 ‘악영향’

“닭이 알을 낳기까진 ㄱ부처가 관장하고, 그 알을 유통시킬 땐 ㄴ부처가 감독하고, 판매된 알에서 문제가 생기면 두 부처가 ‘네 탓 공방’을 하다 결국 양계농가만 피해를 입는 것 아니겠어요.”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축산업계가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월30일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축산물 생산과 진흥업무는 농정부처에서, 위생 및 안전과 관련된 업무는 승격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총괄하도록 영역을 분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축산업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 시행되면 이중규제에 의해 농가의 생산성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축산물 안전성 확보도 후퇴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축산업계는 우선 개정 법안이 가축과 축산물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여기고 소관부처를 달리해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2개 부처로부터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도축 직전의 안전성검사와 도축 후 등급판정을 비롯해 무항생제와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업무도 농정부처와 식약처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축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축사육과 축산물 안전업무를 농정부처 한곳에서 담당하는 현 체제에서는 안전업무도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자 신뢰확보 등 축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안전업무가 식약처로 넘어가면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명분 아래 축산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가 더욱 늘어나 농가의 양축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축산물 관리 이원화는 그동안 농정부처와 축산업계가 축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줄기차게 주창해 온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원칙을 무색하게 해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쇠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비싼 한우가 시장지배력을 갖는 것은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인데, 법안이 개정되면 이 제도의 단계별 관리감독 주체가 달라지고, 일관성도 결여되는 등 소비자의 신뢰도도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축산물의 안전관련 업무는 안전성 평가와 안전성 관리 등 2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식약처가 이 두가지 영역을 모두 맡게 되면 객관성에 대한 시비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995년 탄저병에 걸린 환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은 소 생골을 먹은 것이 원인이라고 발표했지만, 농정당국이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소비자들은 정부부처 두곳이 서로 다른 입장을 발표한 것을 보고 정책 자체를 불신, 쇠고기 등 축산물 소비를 줄여 축산농가만 피해를 입었다. 이는 결국 전문성과 객관성, 부처간 소통부재로 인해 농가만 애꿎은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기 안성의 양돈농가는 “해썹이나 무항생제 인증 업무를 맡은 사람은 가축 사육과정과 방역, 축산물 유통 및 안전성, 소비자 기호 등을 종합적으로 꿰뚫고 있어야 인증 희망 농가에게 서비스와 지도를 할 수 있다”며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이런 인증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은 안전성만 강조해 농장에 실사를 나와도 분뇨 냄새 등을 트집 잡아 제재만 가하게 될까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농민신문
김광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