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위기의 축산업…대책은 (1)한·육우
소비촉진·마릿수 감축 서둘러야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4월 말 실시한 한우 소비촉진 행사의 모습.
　국내 축산물시장이 공급과잉과 소비위축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 결과 축산물 가격은 장기 약세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이 같은 침체국면이 심화될 전망이어서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장기불황의 터널에 들어선 축산업의 현주소를 4회에 걸쳐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 본다.

　◆공급증가·소비둔화 ‘이중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현재 한육우 사육마릿수는 307만6,000마리로 추정된다.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파악하는 250만~260만마리보다 50만~60만마리 많다. 한우 도축마릿수도 2008~2010년 5월에는 하루 평균 2,150마리였지만 올해는 2,773마리로 29%나 늘었다.

　수입쇠고기 재고량도 늘고 있다. 육류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5월 말 현재 수입 쇠고기 재고량은 4만t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평년 한달치 재고량의 두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쇠고기 공급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비량 증가는 소폭에 그치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2010년 8.8㎏에서 2011년 10.7㎏으로 1년새 1.9㎏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는 현재의 소비추세대라면 11㎏ 이하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비를 밑도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농가 수취가격(생체 600㎏ 기준)은 484만6,000원 선. 이는 구제역 여파로 하락한 지난해 5월의 460만3,000원보다는 높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생산비 569만1,000만원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우값은 하반기 이후 더욱 어두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경연은 최근 발표한 축산관측을 통해 7~8월 한우 1등급 지육 1㎏당 도매가격은 1만2,500원~1만3,500원 선으로, 생체(600㎏) 기준으로는 448만~485만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5년(2007~2011년) 7~8월의 평균값 1만4,997원(생체 600㎏ 기준 537만원)보다 13~17% 정도 낮은 값이다.

　◆전문가들 ‘2단계’ 해법 주문

　관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해나눠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우선 단기대책으로는 할인행사 등 적극적인 소비촉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형우 농경연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산 쇠고기 생산량과 외국산 수입이 급증해 가격이 하락했지만, 농협 등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계속 펼쳐 가격폭락을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올해도 적극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경기불황으로 침체된 한우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급식에 주로 들어가는 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대체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강성기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전국 1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단체급식에 한우를 쓰도록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이 한우를 쓸 경우 자조금에서도 외국산 쇠고기와의 가격차액 일부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추진중인 한우암소 감축사업 역시 추석 전까지 분산출하를 마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농식품부는 암소감축 약정물량 8만5,000마리 중 현재까지 도축이 끝난 1만5,000마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량이 12월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암소감축 약정물량까지 몰릴 경우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육마릿수 감축 등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 1인당 쇠고기 소비증가 추세를 감안해도 현재의 사육마릿수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선 2005년 77만7,000마리에서 2011년 말 124만9,000마리로 늘어난 가임암소를 90만~100만 마리 수준으로 자율 감축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우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감축에 성공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가격 하락은 물론 중장기 한우산업 전망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에서도 암소감축사업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한우산업 회생대책에 좀 더 적극 나서고, 농가도 가임암소를 중심으로 자율감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농민신문
박창희 기자